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15.10月~11月 讀

 

 

 

 

 

내 워크맨 속 갠지스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 오는 골목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 붓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 냄새가 올라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 냄새가 도시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의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 게스트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젊은 붓다가 비린 손가락을 물고 검은 물 안을 내려다보는 밤, 내 몸의 이역(異域)들은 울음들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드라이아이스―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골목 끝 슈퍼마켓 냉장고에 고개를 넣고

   냉동식품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만져버린 드라이아이스 한 조각,

   결빙의 시간들이 피부에 타 붙는다

   저렇게 차게 살다가 뜨거운 먼지로 사라지는

   삶이라는 것이 긑내 부정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끝에 닿는 그 짧은 순간에

   내 적막한 열망보다 순도 높은 저 시간이

   내 몸에 뿌리내렸던 시간들을 살아버렸기 때문일까

   온몸의 열을 다 빼앗긴 것처럼 진저리친다

   내 안의 야경(夜景)을 다 보여줘버린 듯

 

   수은의 눈빛으로 골목에서 나는 잠시 빛난다

   나는 내가 살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순교할 것이다

   달 사이로 진흙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천천히 오늘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 공기들이

   동상을 입은 채 집집마다 흘러들어 가고 있다

   귀신처럼

 

* 고대 시인 침연의 시 중 한 구절.

 

 

 

 

 

3.

 

ㄱㄴㄷ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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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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