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중, <마음의 사회학> 중.
파상력破像力. 이미지를 부수는 힘.
파상력은 부재하는 대상을 현존시키는 힘인 사상력과는 반대로, 현존하는 대상의 비실체성 혹은 환각성을 깨닫는 힘이다. 파상력은 또한 인식 주체의 내적 표상능력을 의미하는 상상력과는 달리,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실제적인 영상들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파괴하는 우상 파괴적 권능을 내포한다. 상상력이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내는 유토피아적 힘이라면, 피상력은 미래에 대한 어떠한 영상적 투기도 금지하면서 모든 집합적 역량을 지금 이 순간에 집결시키는 메시아적 구원사상을 정초한다. 요컨대 파상력은 '파괴적 성격'의 인식론적 권능이자, 윤리적 에토스이자, 정치적 강령으로 기능하는 벤야민적 사유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 그리하여, 파상력은 바로 망각의 깊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영상이 상기되는 순간 그 망각된 것을 가리고 있던 차폐-기억들이 파괴되어 소멸하고 나타나는 참된 영상을 지각하는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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