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1.

    뒤에 작가의 말을 보면 '한일관계를 연애의 관점에서 다시 풀어보는 소설'이라는 기획이란다. 읽고 풉, 하고 웃었다. 생각도 못했었는데 말이 되긴 돼서. 출판사 수준 기획의 산물이었나보다.


    2.

    공지영은 확실히 글을 잘 쓰는 작가다. 하지만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빛나는 묘사들, 표현들이었지만 대다수는 안 읽고 넘겼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느낄 수는 없다. 이 단절은 내 생각에 문학에서 중요한 문제다. (미니멀리즘에 대해 지금 내가 가진 긍정적 견해)

    공지영이 쓴 묘사들은 아름다운 문장에 지나지 않았다.


    3.

    상기! 수많은 상기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현재의 일들은 홍이 준고를 회상하는 촉매 역할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예외 없이 그런 구성이다. 문득 길고 긴 꼬리들을 생각했다. 우리는 도마뱀이 될 수는 없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추억만 씹다가 끝난듯한 작품이다. 주인공 혼자 추억하고 혼자 슬퍼하다가 혼자 결론내려 버리는. 다 읽고 한참 동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게 뭐지!


    4.

    하지만 결론으로 악평까지는 쓰지 않아야겠다. 평소에 글을 쓰는 일에 대해 내가 하곤 했던 말인데, '삶과 세상을 사랑하면' 글을 잘 쓸 수밖에 없다. 공지영이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0.

    포스팅하기 직전에 공지영을 검색해 봤다. 초기에는 특유의 감성과 참신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작들은 문학적인 무엇을 해냈다기보다 그냥 대중적이라는 평이 전반적이다.

    어쩌면 작가는 장작 같은 걸지도 모른다. 마지막에는 다 타버리고 남은 재를 뒤적이게 되는 것이다.




Posted by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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