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스케치 하나.




   2013년에 20살이었다.

   근사해서, 대충 스무 살 전후로 이것저것 일들이 터졌다. 세월호, 밖에 기억은 안 나지만. 거슬러 올라가 볼까. 초등학생 때쯤에 9.11이 있었고 그때쯤 또 노무현이 있었고 노무현이 죽었고. 이명박과 박근혜로 청소년기를 보냈고 청년기를 보내고 있고, 고등학생 때 스마트폰이 생겼고, 중학생 때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고.


   사건들을 풀어 놓고 보자니 모호하다. 사람은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로 탄생하나보다. 내가 느낀 건 그냥,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말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 그 무력감이란. 정말로 세상에서 단 하나가, '고작 단 하나'가 되어버린 기분이란.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복잡한 것들을 피해 어딘가로 숨으려고 하지만,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


   타자들과 아무런 상관 없는 '하나'가 정말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타자들에게 타자 이상이 될 수는 없다는 무력감. 이건 음모다. 혼자일 수 없지만 우리는 결국 혼자다.

   우리의 가시권 밖에서 세상은 움직이는데 우리는 세상 안에서 살고. 시선의 불균형. 그 말인즉슨, 나는 내 손 안에는 없다는 것. 상속되는 불평등조약, 이랄만한 것.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지.


   모자이크같다. 모자이크!

   타자와 나 사이는 가역반응일까 비가역반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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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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