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아감벤 <장치란 무엇인가> 31p.

 

   내가 연구에서 늘 따르는 방법론상의 원칙 중 하나는, 내가 작업하는 텍스트나 맥락에서 루트비히 포이어바흐가 철학적 요소로 정의한 것을 규명하는 것이다. 즉, 문자 그대로 발전가능성Entwicklungsfahigkeit이 있는 지점, 그 텍스트나 맥락이 발전할 수 있는 장소locus와 순간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저자의 텍스트를 이런 식으로 해석, 발전시키다 보면 해석학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이는 곧 문제가 되는 텍스트[에 대한 해석]를 전개시켜가다 보면 저자와 해석자를 구별할 수 없게 되는 결정 불가능성의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해석자에게는 특히 행복한 순간이지만, 해석자는 바로 그때야말로 자신이 분석하고 있는 텍스트를 버리고 자신의 이야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Posted by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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