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언가 큰 작품을 쓰려는 사람은 즐겨야 한다. 한 꼭지가 끝난 다음에는 글쓰기의 진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자신에게 허락하라.


2. 원한다면 네가 이미 썼던 것에 대해 말해도 좋지만, 아직 진행 중인 글을 사람들 앞에 선보이는 마라. 그를 통해 생겨나는 모든 종류의 만족감은 너의 템포를 가로막는다. 이러한 체제를 따른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주고자 하는, 점점 증가하는 욕구가 결국 완성을 향한 모터가 된다.


3. 글쓰는 환경에 있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일상을 피하라. 김빠진 소음을 동반한 반쪽짜리 조용함은 오히려 (작업을) 훼손시킨다. 그에반해 에튀드나 사람들의 뒤섞인 말소리들은, 몸으로 느껴지는 한 밤으 적막만큼이나 글쓰기에 중요할 수 있다. 한 밤의 적막이 내면의 귀를 날카롭게 한다면, 저것들은 글을 쓰는 방법이 시금석이 되는데, 그것이 쌓이게 되면 어떤 기괴한 소음들도 그 속에 파묻혀진다.


4. 필기구 도구를 가려라. 특정한 종이, 펜과 잉크에 까탈스럽게 매달리는 건 도움이 된다. 호화로운 건 아닐지라도 이런 소품들을 갖추어 놓는 건 없어서는 안될 일이다.


5. 떠오르는 어떤 생각들도 의식하지 않은 채 지나가게 하지 마라. 너의 메모 노트를 마치 관청들이 외국인 등록장부를 다루듯 그렇게 엄격하게 활용하라.


6. 너의 펜이 떠오르는 착상에 대해 까다롭게 굴도록 해라, 그러면 펜은 자석같은 힘으로 착상들을 스스로 끌어당길 것이다.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는 있어 숙고하면 할수록 그 생각은 더 성숙하게 자라나 네 앞에 나타날 것이다. 말은 생각을 함락시키지만, 글자는 그를 지배한다.


7.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코 글쓰기를 중단하지 마라. 약속(식사, 선약)을 지켜야 하거나 작품을 끝마쳤을 때에만 글쓰기를 중단하는 것이 문학적 명예의 준칙이다.


8. 착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썼던 것을 깨끗히 정서해보라. 그 위에서 영감이 깨어날 것이다.


9. 하루도 글을 쓰지 않고 보내지 마라.


10. 저녁부터 꼬박 날이 밝을 때까지 거기 매달려보지 않은 어떤 글도 결코 완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11. 작품의 종결은 평소의 작업실에서 쓰지마라. 거기선 작품을 종결짓기 위한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12. 집필의 단계는 생각 ㅡ 문체 ㅡ 글자의 순으로 하라. 탈고의 의의는 글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면서 다만 멋진 글자모양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생각은 착상을 죽이고, 문체는 사고를 속박하며 글자는 문체에 댓가를 지불한다.


13. 작품은 구상의 데드마스크다.


Posted by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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